Archive for January, 2009

고사성어의 보고, 사마천의 사기

Friday, January 30th, 2009

 언젠가 친구에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사마천의 사기를 권했다(그 친구는 사학도였다). 친구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있었지, 제대로 번역된 사기를 읽어 보지는 못했다. 이 책을 보면서 사마천이 새롭게 다가옴을 느낀다.

무엇보다 네 글자로 표현된 고사성어들을 접하다 보면 삶을 응축해서 보는 듯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이 신선한 또 다른 이유는 최근에 나온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않는다는 데도 있다. 무엇보다도 관료와 경제를 논하는 부분에서는 2009년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읽게 된다. 우리의 상류층에게는 그렇게도 명예라는 것이 없을 수 있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보면 세상은 참 더디게 발전하는 듯도 하다.

 여러 주옥같은 구절 중에서도 하나만 뽑으라면 친구를 논하는 부분이다.

보통 사람은 자기보다 열 배의 부자에 대해서는 욕을 하고, 백 배가 되면 무서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 사람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

출전이 사기는 아니지만, 친구를 논하는 아래 구절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째, 서로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큰 의리를 위해 노력하는 친구 사이다. 이를 외우畏友라고 한다. 존경하는 친구란 뜻이다.
 둘째, 힘들 때 서로 돕고 늘 함께할 수 있는 친구다. 친밀한 밀우密友다.
 셋째, 좋은 일과 노는 데만 잘 어울리는 친구다. 일우昵友라고 한다. 놀다라는 뜻의 닐昵 자를 쓴다.
 넷째, 이익만 보고, 근심거리가 있으면 서로 미루고, 나쁜 일이 있으면 서로 떠넘기는 사이다. 도적놈을 뜻하는 賊자를 써서 적우賊友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