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pril, 2009

디드로 딜레마

Monday, April 20th, 2009

디드로 딜레마믄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르는, 욕망의 추구가 만족 대신 또 다른 욕망을 낳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말한다.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드니 디디로의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당대의 지성인 볼테르, 루소 등의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살던 디드로는 한 친구로부터 아름다운 진홍색 침실 가운을 선물받았다. 새 옷을 입고 서재에 앉으니 책상이 초라해 보였다. 책상을 바꾸기로 한다. 새 책상이 들어오자 이번엔 책꽂이가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닌가. 새 책꽂이. 그 다음엔 의자… 결국 서재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런데, 기쁜지 않다!

 정해진(내가 정한 게 아니었다) 것만을 잘 하려고 했던 때에서, 언제부턴가 내가 상황을 만들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그 안에서 오는 혼란이 적지 않았다. 주체적으로 어떤 것을 할 준비가 부족했었다. 방황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다. 겨우 어떤 것을 찾았을 때, 그것은 현실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나 역시 세속적인 ‘욕구’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삶이란 어느 정도의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디드로 딜레마는 내 안에 충돌하는 다양한 욕구들을 성찰해 볼 기회를 제공한 책이다. 다만, 저자의 가치관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이라기 보다는 돈, 시간, 행복에 대한 동서고금의 정보들을 모아 놓은 것에 그친 아쉬움은 있다. 삶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고, 또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한 것인지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 삶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