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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Monday, March 23rd, 2009

 아내의 경고(?)를 무시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아내 덕분에 소설의 재미을 알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과 요즘의 내 상황을 생각하면,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흡입력이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숨고르기가 많이 필요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 ‘정말 감수성이 많은 사람’이란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작가의 글솜씨도 그렇지만, 정홍수님의 ‘해설’ 또한 정교하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나지만, 가족들은 엄마을 잃어버리기 이전에 이미 엄마를 거의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잃다’와 ‘잊다’가 같은 말이었음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여러 모로 깔끔하게 짜여진 소설을 만나 반가움이 있지만, 그 텍스트의 함의 때문에 개운하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어머니’ 아니, ‘엄마’라는 단어가 가진 애절함이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면 더욱…

 책을 보기 전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눈여겨 보면 보다 풍부하게 읽힐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