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의 보고, 사마천의 사기

 언젠가 친구에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사마천의 사기를 권했다(그 친구는 사학도였다). 친구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있었지, 제대로 번역된 사기를 읽어 보지는 못했다. 이 책을 보면서 사마천이 새롭게 다가옴을 느낀다.

무엇보다 네 글자로 표현된 고사성어들을 접하다 보면 삶을 응축해서 보는 듯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이 신선한 또 다른 이유는 최근에 나온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않는다는 데도 있다. 무엇보다도 관료와 경제를 논하는 부분에서는 2009년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읽게 된다. 우리의 상류층에게는 그렇게도 명예라는 것이 없을 수 있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보면 세상은 참 더디게 발전하는 듯도 하다.

 여러 주옥같은 구절 중에서도 하나만 뽑으라면 친구를 논하는 부분이다.

보통 사람은 자기보다 열 배의 부자에 대해서는 욕을 하고, 백 배가 되면 무서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 사람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

출전이 사기는 아니지만, 친구를 논하는 아래 구절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째, 서로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큰 의리를 위해 노력하는 친구 사이다. 이를 외우畏友라고 한다. 존경하는 친구란 뜻이다.
 둘째, 힘들 때 서로 돕고 늘 함께할 수 있는 친구다. 친밀한 밀우密友다.
 셋째, 좋은 일과 노는 데만 잘 어울리는 친구다. 일우昵友라고 한다. 놀다라는 뜻의 닐昵 자를 쓴다.
 넷째, 이익만 보고, 근심거리가 있으면 서로 미루고, 나쁜 일이 있으면 서로 떠넘기는 사이다. 도적놈을 뜻하는 賊자를 써서 적우賊友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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