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November, 2011

웹기획관(Web企劃觀)

Wednesday, November 30th, 2011

# 탁현민
시작은 교수 겸 공연기획자로 알려진 탁현민씨가 어제 나는 꼼수다 특별 토크 콘서트 공연 준비 상황을 올린 트윗에서부터다. “공연기획자”란 직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접미사 “-기획자”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을게다. 나 역시 “웹기획자”로 소개한다. 또한 스스로를 “웹기획자”로 칭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공연 기획자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저 사진에서 추론 가능한, 무대를 설계하는 것일까? 물론 그것도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 기획
기획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 보자.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란 사전적 정의 외에 몇 가지 자세한 설명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행정학사전에 오른 기획에 대한 정의가 가장 적확해 보인다. 요약하면 목적성, 능률성, 계속성, 전제합의, 융통성의 원칙을 갖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기획을 이렇게 정의하면, 웹기획자 대부분이 하고 있는 일을 볼 때 기획과는 너무 거리가 있어 보인다. 기획이라고 하기보다 설계라고 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 웹기획
개인적으로 웹기획에 대해 논한 글 중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박태웅 KTH 부사장이 쓴 기획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와 블루문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이구와수 블로그의 웹 기획자 되기이다. 박태웅 부사장의 글은 현재 웹기획자로 사는 사람들이 지향해야 하는 것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블루문님의 글은 오래되었지만, 당시 내가 고민하던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해 준 덕분에 몇 해가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두 글 공히 현재 웹기획자의 주요 롤로 인식되는 ‘스토리보드’를 통한 화면 설계 이상을 말하고 있다.

 

# 내게 있어 웹기획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는 “레이어(Layer)”다. 사유는 무제한적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위상과 레이어를 혼동할 때 현실에 없는 문제를 만들기도 하는 단점이 있다. 고로 사고는 그것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의 위상과 레이어를 명확하게 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옳다. 내게 웹기획은 네 개의 레이어를 넘나드는 과정이다.

출처: http://www.jjg.net/elements/pdf/elements.pdf

- 비즈니스 레이어
행정학사전의 ‘목적성’을 염두에 두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어떤 서비스(기능이든 컨텐츠든)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영리적인 기업인 경우 비즈니스 모델을 향해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기획자는 자족 이상에 이르지 못할게다.

- 경험 레이어
UX 또는 UI로 표현해도 좋다. 현재 웹기획자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씨름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기획자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 부분인 듯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은 본질에 있어서는 디자이너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수동적인 디자이너가 다수인 상황에서는 누군가는 담당할 수밖에 없는 롤이기 때문이다.

- 정보 레이어
한때 정보설계를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것의 비중을 적잖게 보고 있다. 데이터와 정보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제대로 된 설계가 나오지 않으며 경험 레이어의 복잡도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 기술 레이어
서비스가 기반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면, 서비스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 한 가지를 잃는 것과도 같다. 서비스 역시 그것의 외연은 구조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기에.

웹기획 과정은 위 네 가지 레이어를 넘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즈니스 레이어에 대한 이해는 더욱 중요해지는 듯하다. 마케팅 그리고 서비스전략 수립 역량의 비중이 더 커지는 듯하다.

출처: http://webstyleguide.com/wsg3/1-process/3-web-teams.html

 

 

# 다시, 탁현민
무대를 설계하는 공연기획자로 돌아가 보자. “사용자(관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 사용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만이 줄 수 있는 절정의 경험을 하게 하는 것, 사용자의 입에서 ‘아하’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오게 하는 것”이 공연기획자의 역할이라면 무대 설계 역시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한 발견과 그것을 전달해 줄 방안에 대한 밑그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일가견은 언젠가 생기기 마련이다. 10년이면 충분할게다. 웹기획자로 10년차가 되었을 때, 가치를 볼 수 있는 기획자로 존재할지, 설계에 머무르는 기획자로 존재할지는 스스로 판단할 몫이다.